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생과 협치'라는 정치 사투리
이재명 6건, 윤석열 3건 고발돼
'정치의 사법화' 부추기는 고발천국 시대
대선 뒤에는 고소·고발 취하가 관례
새 정부 출범 뒤에도 해소되지 않을 고발 전쟁
고소·고발 취하로 협치의 전제부터 만들기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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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상생(相生)과 협치(協治)라는 말보다 공허하고 허무한 단어는 없다.
 
상생은 '서로 공존한다'는 뜻이다. 필자 기억에 상생이라는 단어가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야당인 신한국당에 이회창 총재가 등장한 무렵이다.
 
이후, 정치부 기자 시절 내내 상생이라는 말을 여야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수도 없이 들었지만 한번도 상생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최근에는 협치라는 단어가 여의도 정치에 단골처럼 오르내린다.
 
협치는 '서로 도우면서 정치한다'는 의미다. 지난 3월 대선 이후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당선인 신구 권력 사이의 갈등은 역대급이다.
 
한국정치에서 '여야가 서로를 돕는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협치 역시 여의도식 사투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윤석열 정부의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부터 삑사리 음이 들렸다. 윤석열 정부는 첫 조각 인사에 낙마 대상자들이 속속 지목되면서 정상적인 출범조차 어려워보인다.
 
30일 서울 국회 여의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는 가운데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30일 서울 국회 여의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는 가운데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공방은 협치는 커녕 상생이나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생결단식 대치가 벌어지고 있다.
 
시한부 여당은 검찰개혁이라고 주장하고 예비 여당은 문재인·이재명 지키기 악법이라고 공격하니 협치는 구두선이요 말풍선임을 새삼 절감케 한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그래도 얼마 동안은 허니문이라는 기간이 있었다. 승리한 쪽은 오만을 자제하고 패자는 덕담을 건네며 정권의 인수·인계에 협조하는게 관례였다.
 
그래서, 가장 먼저 나오는 조치는 얼굴을 붉히면서 싸웠던 대선 기간 동안의 고소·고발부터 취하하는 일이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 기간 동안 국민의 힘으로부터 고발당한 건만 6건이다.
 
주로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과 공무원 사적 동원, 허위 해명 의혹 등이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정영학 녹취록을 왜곡한 혐의와 검사 사칭 의혹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도 윤석열 당시 후보를 세 차례 검찰에 고발했다.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허위 해명과 선대본부 임명장 무작위 발급 의혹 등이다.
 
두 후보를 각각 지지하는 보수와 진보 시민단체들이 두 후보를 고소·고발한 사건까지 포함하면 전체 고발 건 수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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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상 고소·고발 당하면 당사자는 즉시 피의자 신분이 된다. 낙선한 이재명 전 후보는 물론 윤석열 당선인도 취임하더라도 '피의자 대통령'을 벗어날 수 없다.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비호감 대선으로 평가받은 지난 대선은 양강 대선후보가 법조인 출신인 것과 무관하게 '정치의 사법화'를 극대화시켰다.
 
이같은 상황은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풀어야 하는 일반 국민들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툭하면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고발천국' '재판만능' 시대를 부추기고 있다.
 
고소.고발이 들어온다고 해도 검찰과 경찰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기 어렵다. 검수완박이 현실화되면 선거사범의 경계가 모호해져 서로 눈치보기가 벌어질 것이 뻔하다.
 
역대 대선을 돌이켜보면, 대선이 끝나면 대선 기간 동안 서로 치고받았던 정쟁적 사건들에 대해서만큼은 여야 간 대화를 통해 고소.고발을 즉각 취하하는게 관례였다.
승자는 패자에 아량을, 패자는 승자를 존중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대선이 끝난지 두 달이 다 되가도록 여야 어느곳으로부터도 고소.고발을 취하한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역대 어느 대선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다. 한국정치가 어쩌다 이렇게 협량의 밑바닥까지 떨어졌는지 서글프다.
 
더 슬픈 것은, 며칠 뒤 대통령 취임식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그렇고 검수완박 후유증이 그렇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대통령을 고발하고 야인이 된 야당 대선후보를 계속 정치무대로 강제 소환하는 '협량의 정치'를 언제까지 봐야하는가.
 
여야는 협치를 논하기 전에 당장 고소.고발부터 취하하는 협상무대부터 차리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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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kgw2423@cbs.co.kr

<노컷뉴스에서 미디어N을 통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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